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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하기,빼기, 나누기, 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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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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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11




    새로운 한해가 시작한 지도 어느새 열흘을 지나고 있습니다.
    세월의 빠르기는 해가 갈수록 곱으로 가속이 붙는 것만 같지 않아요?
    해야할 일..남아 있는 일들을 마감하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새해를 맞았지만
    올 한해는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차곡차곡 색을, 모양을 만들어갈지 여전히 고민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해는 참 힘든 일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는 있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서야 피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까지 말이죠.
    그렇게 그렇게 세월은 삶을 만들어가는 게지요.

    혹, 마흔 살이 되던 해를 기억하세요?

    마흔 살이 되던 그해 봄...
    갑자기 밀려오는 당혹감이 있었습니다.
    4자가 주는 초조함이랄까? 불과 서너 달 전에는 나이 앞에 3자가 붙었었는데...

    그 기분은 뭐랄까...
    준비도 없었는데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어떻게 하든 비를 피해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지만 옷도 머리도 결국 젖어버리고 어느 처마 밑에서 망연히
    내리는 비를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던 그런...

    그리고 몇해가 또 흘렀습니다.
    4자라해도 3자 쪽보다는 5자 쪽으로 가까워지던 어느 날...
    내 몸과 옷은 이미 완전히 젖어 이젠 비를 피하는 것에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냥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받으며 길가 고인 물에 발을 담궈 첨벙첨벙 걸어도 보게 되는
    용기(?)마저 지니고..^^;
    어쩌면... 차라리 그것이 잘된 거다 라는 마음이 들었더랬죠.
    결국은 다 젖을 것이었는데 어떻게든 피해 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안타까운 수고는 안 해도 될 터이었으니까요.

    아침마다 욕실 거울에서 한 여자를 만나요.
    부스스한 머리에 더는 윤기도 없는 피부에 충혈 된 눈...
    방금 잠에서 깨어 났건만 그녀의 얼굴은 늘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어느 책자에서도 살핏 읽은 듯한 링컨의 말이라며
    맘 속에 새겨두기를 바라던 글귀..
    도대체 책임감 느껴지지 않는 한 중년의 여인네 얼굴이 마치 타인처럼 거울 속에 있네요.

    중간결산이랄까?
    삶의 전부를 본다면 아직은 이른 감이야 있겠지만 사십 수 년 남짓, 그 즈음 까지의
    대차대조표를 문득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이만큼 살아오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대변...
    그래요,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비록 내세울 것 없이 조촐한 지금까지의 삶이지만
    어느새 사회 초년생으로 제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예쁜 딸아이와,
    불안한 하루들을 힘겹게 나고 있을,..여전히
    한결같이 멋 없는 남편과 함께 단촐한 세 식구로
    큰 탈 없이 살고 있고, 그 안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일도, 공부도 했고..
    아줌마란 칭호와 누구 엄마,누구 아내라고만 불리던... 해서 점점 잃어가던 정체성의 부재를
    탈피해 스스로 조금은 대견키도 했었네요.
    부끄럼 없이 성실하고자 노력하여 성취한(?) 소소한 주변의 인정과 자부심...

    차변...
    잃은 것...내가 잃은 것...
    늘 그렇듯이 얻은 것은 구체적이지만 잃은 것은 매우 추상적이던데요.
    내가 무엇을 잃었을까....

    설레임...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 늘 가슴에 퍼지던 어떤 설레임을 기억해요. 그 두근거림을...
    모든 것에 익숙해져버린 지금 어떤 새로운 사람이, 어떤 새로운 일이 내게 감동을 줄까...
    차변의 제1항목은 설레임이었을까요?

    특별함...
    맞아요...특별한 사람, 특별한 일, 특별한 관계... 하다 못해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 특별히 좋아하는 색깔....내겐 특별한 것이 참 많았는데...
    차변의 제2항목은 어쩌면 그 특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비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조금씩 더 나를 공개한다는 것이기도 할까요?
    완전히 오픈된 나는 지금 무슨 비밀이 있을까...
    내 주변에서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게요, 차변의 제3항목은 어쩌면 비밀인 것도 같습니다.

    우리 집 가까이에 운암지라는 자그마한 호수 공원이 있습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동네 야산에 지나지 않지만
    야트막한 함지산을 배경으로 담은, 여름이면 청초한 수련이 호수가득 일품인 정말 아주 예쁜 소공원입니다.
    작은 호수와 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돕는 꽤 유익한 장소이기도 하구요.
    따뜻한 봄날의 주말부터는 소박하지만 근사한 음악회도 총총 열리곤 하는...
    그곳은 언제나 내게 특별한 공간입니다.

    그런 특별함처럼..
    가끔은 아무도 몰래, 하늘이 환하고 숲이 가까운..
    햇살에 반짝이는 은비늘 같이 아름다운 물결을 가진 그림 같은 강도 곁에 있어
    더없이 평화로울 그런 나만의 땅을 한평 살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바보 같은가요? ^^

    나 밖에 모르는 땅 한평....
    살다가 살다가 지칠 때면 이따끔 찾아가 풀도 뽑고 어루만지기도 하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일을 하다가도 문득 그 땅을 생각하고 다음에 찾아 가 심을
    꽃나무도 생각하고...
    그러면서 몰래 미소짓고... ^^
    아..생각 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일이잖아요.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가슴 설레는 특별한 비밀 하나를 새로 가진다는 거....
    그래서 막 행복해질 수도 있는 거...
    작은 감동으로 전해지는 잔잔한 전율 같은 거...
    이것 역시 살아가는 충분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네요.
    대차변의 자릿값이 늘 정확하게 맞아야만 하는 분개이지만,...
    음...아직은 중간결산이고 보니 더 열심히 삶의 방정식을 풀어 갈 양입니다.
    더하기,빼기 곱하기, 나누기..더러는 양념같은 융통성도 적당히 섞어 가면서요.

    각박한 세상이지만,넉넉한 가슴으로 정을 나누고 채워 마음 따뜻한 사람들로 마구 붐비는 ^^
    우리 모두에게 그런 반듯하고 건강한 한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목성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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