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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끔찍한 날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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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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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3




    하느님 맙소사....
    아..신이시여....제발..제에바아알......

    잠시의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차를 내린 후에도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심장은 마구 박동질을 해대고...
    얼굴은 초긴장이 되어 사색으로 변했으니 누가 봤으면
    틀림없이 엄청난 일을 당한 사람으로 여겼음이라....

    평소보단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꿀꿀한 날씨엔 생태찌게가
    좋겠다 싶어 다소 느긋하게 저녁을 준비하던 차에 딸아이가 도서관으로 데리러 와달란다.

    불을 끄고 간다는 게..아차...그냥 나가버렸으니..이일을 어째~
    집을 비운 한 시간여...것도 최고의 점화로 계속 켜 있던 불꽃에
    찌게 냄비는 엉망이 되고..집안은 온통 연기로 질식을 할 만큼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서 오는 길, 슈퍼에 들러 생필품 몇가지를
    사는 여유까지 부리던 중, 전화기가 울렸었다.
    냉큼 아이가 받더니..

    "아빠..거짓말이죠..? 진짜야? 엄마앗~ 불 났대 우리 집에...."

    그제사 기억나는 찌게 냄비...
    아이고~ 어쩌나....이를 어쩌지...

    하고보니 좀 전 대로에서 119 차가 바쁘게 우리집 쪽으로 지나가는걸 본 것도 같다.
    세상에...우리집 가는 거였구나...

    가슴은 쿵쾅쿵쾅.....두방망이질을 해대고 겁에 질린 아이처럼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쵸코..쵸코 죽었음 어떡해...."

    딸애가 갑자기 소리를 치며 강아지를 찾는다..
    아..그래 쵸코가 있었지.....우리집 막둥이녀석 이 일을 어떡하나........

    아파트 마당,제대로 주차도 못하고 우리 집을 올려다 봤다.
    근데...119차는 벌써 간 거야? 보이질 않네..
    사람들도 모였을 텐데..왜 아무도 없지?
    아..혹시 남편이 장난을 한 걸까...?
    그래..차라리 장난이었으면 무조건..무조건.. 용서해 줄 거야.

    그러나 장난이 아니란 건 엘레베이터를 타는 순간 심각하게 확인됐다.
    코를 찌르는 매케한 냄새...
    딸애가 쵸코 녀석을 찾아 드디어 엉엉 울고,
    6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어떻게나 긴지..
    우리집 현관이 활짝..활짝~ 열려 있다.........
    지독한 냄새와 함께...

    다행이..정말 다행스럽게도 지독한 연기와 냄새, 바짝 겁에 질린 쵸코와,새까맣게 타버린
    찌게냄비와 애아빠의 엄청난 질책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그날 저녁의 웃지 못할 헤프닝...
    그 시간에, 평소엔 늘 늦던 남편이 마침 퇴근을 안했더라면..어떻게 됐을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저절로 고개가 내저어진다...

    무조건 감사합니다......를 맘 속으로 정말 열심히 되뇌었었다.
    휴.........

    약을 먹어얄라나 보다.
    이건 건망증이라기보담은 거의 치매에 가깝다..
    바쁜 출근길에 자동차 키를 찾느라 온 집안을 샅샅히 뒤지다
    결국엔 냉장고 안에서 발견했던 적도 있었고...
    (전날 저녁 찬거리를 봐오다 냉장고에 정리하면서 키꾸러미를 선반에 뒀던 모양였다)

    아..지금도 불 냄새가 나는 듯하다~!

    진짜 끔찍한 저녁이었다.

    나,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살지....? ㅠㅠ

    ..........................................................................................



    바람이 무지하게 부는 12월의 초입입니다.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달력이네요.

    올 한 해, 남은 날들도 더 건강하게 매진하며 마감할 수 있도록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불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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